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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후 : ‘검이불루 화이불치’ 정신 품은 화장품, K-럭셔리를 꿈꾸다

이 노트는 THE WHOO의 지원으로 제작되었습니다. 브랜디드 콘텐츠, 위드롱블랙을 더 알아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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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블랙 프렌즈 C 

지난주 세계의 시선을 한몸에 받은 한국의 도시가 있었죠. 경상북도의 경주! 2025년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간 열린 APEC 정상회의* 덕분이었어요.
*아시아·태평양 21개 회원국 정상이 모여 지역 경제 협력과 비전을 논의하는 연례 회의.

마케터인 저는 K 브랜드들의 외교전에 더 눈길이 가더라고요. 현대자동차, LG전자, CJ제일제당, 네이버 등. 각 산업의 국가대표 브랜드들이 후원사로 참여했어요. 그런데 다소 의외다 싶은 한 화장품 브랜드가 눈에 띄었어요. 

LG생활건강의 더후THE WHOO. 신라시대에 외국에서 온 귀빈들을 대접하던 ‘동궁과 월지’를 컨셉으로 부스를 꾸몄어요. 장인이 만든 자개함에 80만원 상당의 화장품 세트를 담아 국빈들에게 선물했고요. 

알고 보니, 더후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가장 많이 매출을 올린 화장품이라고 해요. 무려 20조원* 넘게.
*2025년 3월 기준 순매출 20조1000억원. 여기서 순매출은 할인과 반품, 수당 등을 공제한 후 기업이 만든 수익을 뜻한다.


더후 이홍주 마케팅 상무, 이병주 디자인센터장, 김선화 브랜드매니저(BM)

명품 브랜드라고 하면 어떤 게 떠오르세요? 에르메스, 샤넬, 디올 등. 서양 문화에 뿌리를 둔 브랜드들이 떠오를 거예요. 

‘한국에 뿌리를 둔 명품’. 더후가 꿈꾸는 브랜드예요. APEC 같은 국가 행사를 지원하는 이유죠. 지난 5월에는 세계적인 아트페어인 ‘프리즈 뉴욕 2025’에 글로벌 공식 파트너로 참여했어요. 한국의 젊은 작가들과 손잡고 궁중 예술 기법을 활용한 작품들을 선보였죠.

뿐만 아니에요. 조선의 마지막 황태자비였던 영친왕비의 옷을 재현하고, 궁궐에서 패션쇼를 열고, 궁중문화 전승 예술가들을 지원하죠. 벌써 20년 가까이 우리 궁중문화의 전승을 뒷바라지해 왔다고 해요.

화장품 브랜드가 왜 이런 일들을 하는 걸까요? 더후의 이홍주 마케팅 상무와 이병주 디자인센터장, 김선화 브랜드매니저(BM)의 이야기를 들어봤어요.

Chapter 1.
궁중문화에 뿌리를 둔 한방 화장품의 탄생

2003년 더후의 등장은 국내 한방 화장품 열풍에 불을 지폈어요. 5년 앞서 출시된 경쟁사의 한방 화장품이 있었지만, 더후는 ‘백화점에서만 파는 고급 한방 화장품’으로 빠르게 인지도를 높였죠.

때마침 불던 웰빙 트렌드도 호재였어요. 산삼이나 황기, 침향 같은 한방 원료로 만들잖아요. ‘바르는 보약’으로 포지셔닝 됐어요. 출시 6개월 만에 매출 65억원을 기록했고, 첫해에만 총매출 150억원을 냈어요. 

운만 좋았던 건 아니에요. 더후가 띄운 승부수들도 통했어요. 첫 번째 승부수는 궁중 비방. 더후의 원래 이름은 다소 길었어요. 더 히스토리 오브 후The History of Whoo. 여기서 ‘후’는 왕비를 뜻하는 한자어 ‘후’예요. 옛 왕실 여인들이 아름다움을 가꾸기 위해 사용한 궁중비방을 현대적으로 해석한다는 컨셉이죠. 숱한 한방 화장품들 사이에서 확실한 눈도장을 찍게 했어요.

두 번째 승부수는 왕후 마케팅. 호텔 행사나 여성 지도자 컨퍼런스,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들의 패션쇼를 후원했어요. ‘현대판 왕후’ 이미지를 구축한 거죠. 2006년부터는 탑 배우 이영애 씨를 모델로 광고를 제작하며, ‘왕후의 화장품’이란 이미지를 굳혔어요.

“당시 경영진은 차별화 포인트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특히 브랜드에 한국의 고급스러움을 담을 방법을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발견한 게 ‘궁’이었어요. 

궁은 당대 최고의 것들만 진상되던 곳이잖아요. 그렇다면 ‘그 최고의 감각을 고객에게 전하자. 궁을 영감처靈感處로 삼아 브랜드가 설계됐습니다.”
_이홍주 마케팅 상무

더후는 이후 10년 동안 궁중 의학 서적과 왕실 고서를 분석해 화장품 라인업을 늘렸어요. ‘얼굴에 생기를 더한다’는 공진비단을 넣어 만든 ‘비첩 자생 에센스’, 궁중 약제 가공법에서 착안해 산삼 성분을 담은 ‘환유’ 같은 최고급 라인을 출시했죠.

더후는 2003년 궁중을 모티브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이다. 사진은 이 브랜드를 이끌고 있는 더후 팀의 리더들이 2025 APEC 현장을 지키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이홍주 마케팅 상무, 김선화 BM, 이병주 디자인센터장. ⓒ더후

VIP 선물, 글로벌 매출을 견인하다

궁중 비방과 왕후 마케팅. 10년간 지속한 이 플레이는, 2014년 뜻밖의 기회를 만나며 글로벌 매출을 끌어올렸어요. 그 기회를 만든 인물은? 중국의 시진핑 국가 주석의 배우자인 펑리위안 여사예요!

“더후의 최고급 라인인 환유를 펑리위안 여사에게 선물한 적이 있었습니다. 1년쯤 흐른 뒤 펑리위안 여사가 한 매체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한국 뷰티 제품으로 ‘환유’를 언급했죠. 그 한마디로 중국 내 인지도가 오르고, 매출이 폭발적으로 성장했어요.”
_이홍주 마케팅 상무

가수 출신인 펑리위안 여사는 한때 중국의 국민가수로 불렸을 만큼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인물이에요. 중화권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더후의 상승세는 거침없었어요. 2013년 2037억원이던 더후의 매출액은, 1년 만에 두 배 넘는 4310억원을 찍었죠. 브랜드 런칭 10년 만에 가장 큰 증가폭이었어요.

2016년에는 1조원, 2018년엔 2조원이라는 연 매출액을 만들어냈어요. 그 인기는 비슷한 시기에 터진 한한령限韩令* 위기까지 뚫을 정도였어요.
*2017년 한국의 주한미군 사드 배치를 계기로 중국 정부가 자국 내 한국 콘텐츠·광고 노출을 제한한 한류 금지령.

더후는 2014년 이후에도 무형문화재 장인들과 협업하며 ‘국빈 선물 화장품’으로 떠올랐다. 사진은 이재만·박문열 장인과 함께한 2019년 국빈용 화장품. ⓒ더후

Chapter 2.
검이불루 화이불치 : 한국적 아름다움을 말하다

사람만 나이를 먹는 것이 아니죠. 브랜드도 한 살 한 살 나이 들어요. 연혁이 쌓이되 낡지 않으려면 동시대적 감수성을 잃지 않는 것이 중요하죠. 런칭한지 20년쯤 되자, 더후에도 조금씩 위기감이 스며들었어요. 왕후 컨셉이 유효하지 않게 된 거예요. 

“고객들을 인터뷰했는데 더후의 슬로건인 ‘왕후의 비밀’을 보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이제 왕후 이런 거 안 와닿아요.’ ‘특권이 생각나서 싫어요.’ 그 말씀들을 곱씹으며 생각했습니다. ‘어떠한 동시대적 언어로 다시 소통할 것인가.’”
_이홍주 마케팅 상무

‘우리가 쌓아온 브랜드 컨셉을 고객들이 더 이상 반기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브랜딩 담당자들은 어떤 선택을 할까요? 기존 컨셉을 버리거나, 뜯어고치는 쪽을 택하겠죠.

더후의 선택은 어땠을까요? 둘 다 아니었어요. 재해석의 길을 택했어요.

더후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조선의 미학을 꺼내 들었어요.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 조선의 개국공신인 정도전이, 조선 궁궐의 건축 정신으로 삼은 말이에요.
*『삼국사기』의 저자 김부식이 백제 온조왕 15년에 지어진 궁궐을 보고 남긴 말. 이후 조선왕조 건국을 앞두고 경복궁 건립을 주도한 정도전이 『조선경국전』에서 다시 언급했다.

“더후의 영감처가 궁중이라는 데 집중했어요. 왕후도, 궁중 비방도 결국 궁중에서 비롯하잖아요. 조선의 궁에 담긴 미적 철학을 다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검이불루 화이불치’를 발견했어요.

‘심플하지만 화려하게.’ 디자이너들이 가장 곤욕스러워하는 주문 중 하나라고 하죠. 하지만 우리 궁궐의 건축양식이 정확히 그렇습니다. 낙선재는 궁궐 전각이지만 단청을 칠하지 않았어요. 대신 격자무늬, 민자무늬, 사방연속무늬 같은 창살을 두었죠. 소박하지만 격조 있는 미를 보여줘요.”
_이홍주 마케팅 상무

궁중미학이라. 솔직히 왠지 모를 거리감이 느껴져요. ‘왕족만을 위한 사치스러운 생활양식’처럼 들리거든요.

“그런 오해가 있습니다. 하지만 조선의 궁중문화는 왕을 위한 문화인 동시에, 백성들을 위한 모범이었어요. 예를 들어 궁중음식은 단순히 화려한 진수성찬이 아니라, 계절과 재료의 조화를 중시한 조화의 철학을 담아낸 상이었죠. 조선 궁중문화의 그 격조 있는 소박함이 조선의 백자로, 한국식 정원으로, 그리고 현대의 한국 작가들의 감성으로까지 이어져 왔다고 생각해요.”
_김선화 BM

낙선재의 내부. 궁궐 전각이지만 화려하지 않고, 소박하고 격조 있는 아름다움을 갖췄다. 더후는 ‘검이불루 화이불치’라는 조선의 미학을 파고들었다. ⓒ국가유산청

Chapter 3.
디브랜딩 : 변화를 위해 모든 걸 없앨 필요는 없다 

“격조 있는 검박함을 만들겠다.” 2022년 리브랜딩에 돌입한 더후의 원칙이었어요. 특권 이미지는 내려놓되, 그 안에 담긴 고귀함은 놓치지 않겠다는 뜻이었어요. 달리 말하면 고객에게 닿는 언어는 바꿔도, 그간 쌓아온 본질은 지키겠다는 의미였어요.

“대외적으로는 리브랜딩이라고 표현했지만, 내부적으론 디브랜딩De-Branding한다고 봤습니다. 우리가 가진 것을 더 단순화하고 덜어내는 쪽에 가까웠죠. 정수만 남긴 겁니다.”
_이병주 디자인센터장 

① 네이밍 : 여덟 글자의 이름을 두 글자로 

먼저 더후는 브랜드명을 바꿨어요. 새로운 이름을 지었냐고요? 아뇨, 고객들 입에 붙은 축약어를 택하는 쪽이었죠.

더후는 20년간 ‘더 히스토리 오브 후’라는 여덟 글자의 이름을 고집했어요. 영어로 쓰면 무려 열여섯 글자(The History of Whoo)에 달했죠. 디자인 팀 실무진들이 작은 패키지에 이름을 넣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전체 이름을 부르는 고객분들이 없었어요. 다들 ‘후 크림 써보니 좋았다’라거나, ‘더후 후기’ 이런 식으로 쓰셨죠. ‘히스토리’라는 단어가 올드한 브랜드로 느껴지게 한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이름을 바꾸는 건 분명 큰일이지만, 고객의 시선에서 과감히 결정했어요.”
_김선화 BM

더후는 고객들이 자연스럽게 부르던 축약형 ‘더후(THE WHOO)’로 브랜드명을 단순화했다. 과거 여덟 글자 브랜드 명인 ‘더 히스토리 오브 후The History of Whoo’가 들어간 ‘비첩 자생 에센스’ 제품(왼쪽)과 이름을 바꾼 후 비첩 자생 에센스’ 제품(오른쪽). ⓒ더후

② 심벌 : 밀도를 낮춰 담백하게

용기의 디자인도 간소화했어요. 당시 국내 화장품 업계에는 모더니즘이 트렌드였어요. 많은 화장품 브랜드들이 북미에서 유행하는 미니멀하고 현대적인 패키징으로 디자인을 바꾸었죠.

더후는 대세를 따르지 않았어요. 이병주 디자인센터장은 “모더니즘 대신 심플리피케이션simplification을 택했다”고 했어요. 음, 단순화하는 게 곧 모던하게 만드는 것 아닌가요? 이 센터장은 고개를 저었어요. 그러면서 더후 패키지 디자인의 시그니처인 ‘피닉스 심벌Phoenix Symbol’을 예로 들었죠. 

더후는 런칭 초기부터 용기를 디자인할 때 뚜껑 부분에 궁중 장식을 모티브 삼은 ‘피닉스 심벌’을 달았어요. 최고급 라인인 환유 제품의 뚜껑 상단에, 백제 시대 보물인 금동대향로의 봉황을 모티브 삼은 장식을 다는 거예요. 더후 비첩 자생에센스에는 연꽃 문양 장식이 얹혀 있죠.

“피닉스 심벌은 더후만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담은 기술입니다. 궁중 보물을 모티브 삼은 장식을 만들려면 별도의 금형 기술이 필요하거든요. 쉽게 말하면 양산이 어려워요. 누구나 따라 하기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당시 대세에 따라 ‘이걸 다 없애자’고 결정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본질을 지키기로 했어요. 대신 비주얼의 밀도를 10에서 6또는 7로 낮춰 보다 단순화했어요. 담백하게 만든 겁니다.”
_이병주 디자인센터장

더후는 ‘피닉스 심벌’ 같은 궁중 장식을 유지하되, 밀도를 낮춰 담백하게 재해석했다. 사진은 더후의 피닉스 심벌이 뚜껑 장식에 달린 ‘환유’. ⓒ더후

③ 키컬러 하나도 본질을 지켜가며

디자인을 크게 바꾸지 않는 대신 신선함을 주는 방법으로 택한 건, 브랜드 컬러의 변화 입니다. 더후는 20여 년간 골드와 블랙을 키컬러로 유지해 왔어요. 여느 프리미엄 브랜드들처럼 안전한 선택을 한 거죠. 그래서 더후만의 특색을 드러내진 못했어요.

새 키컬러를 고민한 더후 팀은 궁중의 색을 공부했어요. 푸른 빛깔의 제이드Jade, 즉 옥색을 택했어요. 화사하고 신선하면서도 궁중의 색이라는 본질을 잃지 않은 선택이었죠. 2026년부터 백화점 등 매장 디자인에도 이 제이드 컬러를 접목해 나갈 예정이라고 해요.

더후는 새로운 키컬러를 찾기 위해 궁중의 색을 탐구했으며, 점차 키컬러를 제품과 매장에 적용할 예정이다. 사진은 키컬러인 옥색으로 꾸민 2025년 APEC 더후 부스. ⓒ더후

Chapter 4.
APEC : 자산을 쌓아두면, 적확하게 찌를 순간이 온다

2025년 7월, 더후는 20여 년간 쌓아온 전통문화 자산들을 세상에 선보일 기회를 맞이했어요. 다가올 APEC 국빈들에게 선물을 줄 브랜드가 필요하다는 소식이었죠.

모집 공고가 올라온 시점부터 PT까지는 두 달 남짓. 그 안에 어떤 선물을, 어떤 의미를 담아 준비할지 결정해야 했어요. 이때 더후 팀이 낸 아이디어는 “우리가 그동안 협업한 장인과 선물을 만들자”는 거였어요. 

“더후는 지난 10년간 궁중의 명맥을 잇는다는 마음으로, 궁중예술 장인들과 협업해 국빈 세트를 만들어왔어요. 이번 APEC에서는 전통 옻칠 공예를 계승해 오고 있는 서울시 무형문화재 1호 손대현 장인과 협업했어요. 손 장인과는 이미 2016년부터 함께 일해왔습니다.”
_김선화 BM

더후는 손대현 장인과 두 달 만에 APEC 정상회의를 위한 나전칠기 함을 기획했어요. 주칠을 한 붉은 함 위를 국화 당초 문양의 자개로 장식했어요. 자개의 영롱한 빛이 신비스러운 느낌을 줘요. 국빈들의 취향을 고려해 네이비 색의 자개함도 만들어, 선택할 수 있게 했죠. 

더후는 20년간 쌓은 궁중문화 자산을 바탕으로, APEC 국빈 선물 제작 기회를 맞아 자개 선물함을 선보였다. 사진은 APEC 더후 부스에서 나전칠기 공예를 시연하는 손대현 장인. ⓒ더후

한국 문화의 아우라까지 전하다 

드디어 열린 APEC 본행사. 더후는 경주 황룡원의 연수동에 부스를 마련했어요. 연수동은 기와 형식의 전통적인 외관과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가 어우러진 장소예요. 특히 통창으로 보이는 푸릇한 정원과 우뚝 솟은 중도타워*가 한눈에 보이는 뷰를 자랑하죠.
*신라시대 황룡사 구층 목탑 양식의 중도탑을 현대 건축공법으로 재해석해 지은 건축물이다. 보문 단지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주목받고 있다. 

더후는 이곳에 경주의 신라시대 유적지인 ‘동궁과 월지’를 컨셉으로 부스를 차렸어요. ‘동궁과 월지’는 신라시대 외국의 사신과 귀빈들을 초청해 연회를 베풀던 곳이에요. 커다란 연못을 파고 인공섬을 지어, 귀한 식물과 동물들을 길렀다고 해요. APEC 귀빈을 대접한다는 취지와 맞아떨어지죠.

부스에 들어서면 정면 중앙에 손대현 장인이 만든 짙은 남색 바탕의 달항아리가 전시돼 있어요. 항아리가 놓인 받침대에는 물이 담겼어요. ‘동궁과 월지’의 연못을 형상화한 거예요. 이 항아리를 기준으로 오른편에는 더후의 시그니처 라인인 환유의 제품들이 전시됐어요. 왼편으로는 환유의 주재료인 산삼, 그중에서도 30년산 산삼을 전시해 귀빈들이 직접 그 향을 맡아보도록 했어요.

마지막으로 가장 안쪽 중앙에는 둥그런 바 형식의 테이블을 마련했어요. 손대현 장인이 귀빈들 앞에서 직접 항아리에 나전칠기 공예를 시연했죠. 귀빈들은 옥 장식이 달린 노리개에 여러가지 문양의 자개를 직접 장식해, 자신만의 노리개를 만드는 체험도 했어요.

귀빈들은 또 신라 시대의 유물인 주령구를 굴리는 체험도 할 수 있었어요. 주령구는 14면으로 이뤄진 주사위예요. 각 면에는 ‘Joy(기쁨)’, ‘Beauty(아름다움)’ 등의 복을 기원하는 키워드를 적고, 각 키워드에 맞는 포춘 카드를 제작해 선물했죠. 신라 시대 외국 귀빈들이 유흥을 즐겼듯이 말예요. 부스 체험은 인삼, 오미자 등 환유 제품에 들어간 한방 성분이 담긴 차와, 금귤 정과 등의 전통 다과를 맛보는 시간으로 마무리되었죠.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 패리스 힐튼의 여동생이자 패션디자이너인 니키 힐튼, APEC 회원국 총리의 배우자 등 귀빈들이 다녀갔어요.

화장품 브랜드를 알리면서, 이렇게까지 전통문화 재현에 힘쓴 이유가 뭘까요?

“더후는 화장품을 총체적인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화장품을 바를 땐 성분에 담긴 기술과 효능도 느끼지만, 아우라와 문화까지 같이 체험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_이홍주 마케팅 상무

귀빈들은 더후 부스에서 옻칠판에 문양을 입혀 전통 노리개를 완성했다. 사진은 노리개를 만드는 니키 힐튼. ⓒ더후

Chapter 5.
“K-럭셔리는 우리의 고집으로 완성될 것” 

고집. 저는 개인적으로 럭셔리 브랜드의 특징은 이거라고 생각해요. 멀리 내다보며, 타협하지 않고, 정체성을 밀고 나아가는 것.

더후의 행보에서도 이런 ‘고집’이 분명히 엿보여요. 양산하기 어려운 궁중 장식의 패키지를 굳이 만들고, 무형문화재 장인과 꾸준히 협업하는 모습에서 말이에요.

“타협하지 않아야 진정성이 생긴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명품 브랜드들의 근간을 보면 고집을 넘어, 아집에 가까울 정도로 흔들림 없이 철학을 지키잖아요?

사실 외로운 일입니다. 저희도 외로웠어요.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한국인들이 한국의 가치를 더 인정하지 않으려 했거든요. 하지만 흐름이 반전됐죠. 전통이 더 힙하다는 인식이 생겨나고 있어요. 만약 흔들렸을 때 본 궤도에서 한 발짝만 멀어졌더라도, 지금의 이 흐름과 만날 수 없었을 거예요. 큰 기회를 잃었겠죠.”
_이병주 디자인센터장

자연스레 궁금해졌어요. 타협 없는 진정성, 모호한 표현이잖아요. 기준이 있을까요?

“더후에게는 한국의 궁과 궁중 예술이라는 명확한 지향점이 있어요. 그렇기에 방향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죠. 물론 리브랜딩을 할 때도 헷갈린 적이 있습니다. ‘경쟁 브랜드는 트렌드에 맞춰 패키지를 모던하게 만드는데, 우리도 저렇게 해야 하는 것 아닐까.’ 계속 토론하고 갈등하다가 내린 결론은 ‘헤리티지를 버리지 말자’ 였어요.”
_김선화 BM 

세 사람 모두 더후가 지금 쌓고 있는 자산이, 결국 ‘K-럭셔리’로 불릴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어요. 현재 해외에서 주목하는 K-뷰티의 이미지는 “아직까지 가성비에 그치고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죠. “누군가는 고집스럽게 고급스러움을 지향해야 한다”는 생각이에요.

“지금까지 K-뷰티는 20~30달러대의 접근하기 쉬운 브랜드 중심으로 컸어요. 하지만 한국의 문화가 장기적으로 성장하려면, 고급 브랜드가 함께 자리 잡아야 한다고 봐요. 

저는 그 이유를 과거 일본 자동차들의 성장세에서 찾고 있어요. 한동안 토요타의 저가 모델이 미국에서 대거 팔릴 때, 일본에선 ‘이런 식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했어요. 그때부터 고가의 럭셔리카 개발에 적극 나섰습니다. 실제로 그 이후 여러 일본 자동차 회사가 인피니티와 렉서스 같은 브랜드를 출시해 이미지를 바꿨고요.

저는 이런 구조가 다른 산업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봐요. 어떤 문화나 산업을 누군가 처음 받아들일 때, 뭘 경험하느냐에 따라 인상이 달라지잖아요? K 뷰티를 경험할 이들은 고급스러움도 느껴야 해요. 그때 더후가 ‘한국 궁중의 정제된 아름다움’을 선사하고 싶습니다.”
_이홍주 마케팅 상무 

더후는 K-럭셔리로 성장하기 위해 흔들림 없이 ‘고급스러운 아름다움’을 지향하고 있다. 사진은 2025 APEC에 참석한 글로벌 정상들의 배우자를 위해 제작한 ‘환유고’와 나전칠기함. ⓒ더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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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노리개, 대례복, 국빈세트함. 이홍주 상무의 사무실에는 궁중문화 장인들이 정통 기법으로 만든 작품들이 가득하다고 해요. 이 상무는 이를 “20여 년간 쌓아온 더후의 자랑스러운 헤리티지”라고 말했어요. 화장품 브랜드의 자랑이 제품, 매출뿐 아니라 우리 전통문화일 수 있다니. 솔직히 조금 놀라웠어요. 더후라는 브랜드가 새롭게 보였다고 할까요.

저는 더후 팀을 만나면서, 격조 있게 검박한 한국적인 아름다움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됐어요. 

오늘의 더후 브랜드 스토리 어떠셨나요. 브랜딩을 고민하는 동료나 친구가 떠오른다면, 더후의 노트를 공유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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