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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로드 : 도쿄 빈티지 천국의 2층 상가, ‘옛 동네’의 감각을 되살리다


롱블랙 프렌즈 K 

도쿄의 젊은 세대라면 한 번쯤 찾는 ‘빈티지 천국’이 있습니다. 시모키타자와. 인스타그램에서 영어로 ‘shimokitazawa’를 검색하면,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이 70만 개 이상. 일본어 해시태그(下北沢)는 248만 개가 넘습니다. 친구들끼리 말할 땐 줄여서 시모키타라고 불러요. 

요즘 시모키타가 더 주목받는 이유가 있어요. 2021년 6월 문을 연 상업공간 리로드reload 덕분입니다. 베이지색 2층 분동형pavilion* 쇼핑몰에, 24개 로컬 브랜드가 오밀조밀 들어가 있습니다.
*건물이 길게 하나로 이어져 있지 않고, 단독 건물로 구분돼 건물군을 이루는 형식. 

공간 경험에 진심인 이원제 교수님이 리로드를 다녀왔습니다. 분명 쇼핑몰인데 마치 동네 산책을 나온 것 같았다고 합니다. 듣다 보니 공간 기획자가 궁금해졌어요. 

이 교수님과 함께 리로드의 기획자, 세키구치 마사토関口正人 그리닝Greening CEO를 만났습니다.


이원제 상명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 

저는 세 가지 관점으로 공간을 봅니다. Context(맥락), Content(내용), Connection(연결). 이 삼박자가 맞으면, 다시 찾고 싶은 공간이라고 봐요. 지속가능한 공간의 조건이죠. 

리로드가 그렇습니다. 쇼핑몰이지만 시모키타라는 동네의 맥락에 맞게 골목길처럼 설계됐어요. 서서 마시는 선술집, 카레 가게, 이발소, 커피숍, 서점, 의류점, 문구 잡화점 등 24개 점포가 골목골목 들어선 느낌을 주죠. 

콘텐츠에도 ‘시모키타다움’이 살아있습니다. 빈티지 옷 매장처럼 꾸몄지만 스테이크 샌드위치를 파는 가게, 유명한 스타일리스트가 운영하는 카레집… 로컬 정신이 살아 있는 콘텐츠가 있기에, 로드숍이라 해도 골목을 거니는 즐거움이 묻어나요.

그래서 연결이 일어납니다. 물건을 사고 끝나는 게 아닙니다. 주민과 상점 주인이 오래된 친구처럼 서로 안부를 묻고, 방문객을 환대해요. 생활감이 느껴지는 상업공간입니다. 여느 쇼핑몰과 사뭇 다른 풍경이죠.

Chapter 1.
철길을 거리로 바꾼 시모키타의 키워드, ‘마을’  

리로드는 2021년 6월에 오픈한, 시모키타 선로 거리(1.7km) 13개 시설 중 하나입니다. 철도 회사 오다큐 전철Odakyu Electric Railway이 2013년부터, 시모키타 역을 지나는 철도를 지하화하면서 시작한 작업이죠. 언뜻 들으면 서울 연남동 경의선 숲길과 비슷합니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는 그러나, 숲길을 넘어 하나의 마을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주민 시설도 함께 기획됐거든요. 길을 걷다 보면 기숙사와 유치원, 임대 주택, 공유 오피스가 하나둘 보입니다.

시모키타 선로 거리와 리로드 건물. 2019년에 지하화를 마무리한 선로 거리에는 상업공간을 포함한 주민을 위한 13개 시설이 자리하고 있다. 이하 저작권 표기를 하지 않은 사진은 그리닝을 통해 제공받았다. 


미로처럼 좁은 길, ‘발견의 기쁨’을 주다

리로드의 외관은 낮고 긴 형태의 2층 건물입니다. 하나의 긴 박스 모양은 아니에요. 작은 건물이 띄엄띄엄 떨어진 분동형 구조입니다. 일반적인 백화점식 상가와는 다르죠. 총 가로폭은 8개 상점이 들어설 수 있는 정도예요. 다만 가게마다 크기도, 위치도 제각각입니다. 

안으로 들어가 볼까요? 눈에 보이는 풍경이 걸을 때마다 휙휙 바뀌어요. 성인 세 명이 걸으면 꽉 찰 법한 통로를 10m만 지나면, 갑자기 하늘이 올려다 뵈는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나죠. 2층 계단이나, 라운지lounge처럼 쉴 수 있는 중정*과 벤치도 보입니다.
*건물과 건물 사이에 있는 마당.

리로드 내부 모습. 골목길 같은 좁은 통로와 하늘이 올려다 보이는 트인 공간이 예측할 수 없게 구현돼 있다.

질서 없는 것도 매력, 서브컬처를 공간에 녹이는 법

리로드에 입점한 모든 가게는 자연광(햇빛)을 받습니다. 형광등 조명이 비치는 쇼핑몰과 다른 지점이죠. 중간중간 천정이 없는 공간이 많습니다. 날씨에 따라 비나 눈이 직접 닿기도 합니다. 적재적소에 자리한 나무와 자연스럽게 부는 바람이, 느긋하게 어슬렁거리는 재미를 줘요. 

“보통 새로운 상업공간이라고 하면, 유니버설(universal, 보편적인)하고 알기 쉬운 모습이 떠오릅니다. 하지만 시모키타는 원래 길이 좁고, 경사가 진 곳이에요. 또 가게의 위치를 가늠할 수 없다는 특성이 있죠. 이걸 리로드에 담아 ‘찾아가는 즐거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_세키구치 마사토 그리닝 CEO, 이하 롱블랙 인터뷰에서

이 같은 리로드의 특징은, 질서가 없는 시모키타의 특징을 반영한 겁니다. 임대료 상승에 긴자나 신주쿠에서 밀려난 독립 브랜드가 주로 이곳에 자리하고 있거든요. 패션이나 연극 같은 서브컬처sub culture가 주류인 곳입니다.

“저는 거리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으로 일을 시작합니다. 그곳이 어떤 속도로 발전했는지, 주민 생활은 어떤지, 상인들은 어떻게 장사하는지, 사람들은 뭘 하고 노는지 파악하죠. 한 마디로 거리의 냄새를 맡고, 색을 살핍니다.”

햇빛을 직접 받을 수 있는 리로드 내부. 라운지처럼 나무와 벤치 등이 넓게 펼쳐져 쉴 수 있는 공간도 만들어져 있다.

30년 활약한 일본의 도시재생 전문가

세키구치 CEO는 부동산 디벨로퍼developer로 20년 넘게 일한 인물입니다. 일본 대기업 부동산 개발사, 건축사무소 등을 거쳤어요. 2008년 독립해 지금의 그리닝 CEO가 됐습니다. 

일본에서 그는 도시재생 전문가로 통해요. 2015년 다이칸야마 로그로드LOG ROAD DAIKANYAMA가 그의 대표작입니다. 역시 선로 지하화와 연결된 재개발 프로젝트였어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The High Line*를 벤치마킹해, 220m 거리를 산책로와 상업시설로 꾸몄습니다. 오두막 형태의 점포를 만들고, 나무와 벤치를 둬 공원 같은 분위기를 냈어요. 로그로드는 츠타야TSUTAYA 서점과 함께, 사람들이 다이칸야마를 찾는 이유가 됐습니다.
*맨하탄 서쪽 허드슨강을 따라 버려진 상업용 철도를 리모델링해 만든 공원

세키구치 CEO. 화상 인터뷰에서 그는 “공간과 지역의 변화를 기획할 때 거리의 맥락과 색을 살피는 게 가장 첫째 일”이라고 말했다.

Chapter 2.
하드웨어 : 건물에 색을 입히는 건 사람이다

거리를 이해한 다음은, 입체화입니다. 지역이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 상상하는 겁니다. 하드웨어(건축)와 소프트웨어(콘텐츠), 휴먼웨어(운영)의 관점으로 생각하면, 좀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세키구치 CEO는 리로드의 하드웨어를 ‘캔버스’라고 표현했습니다. 리로드의 건물이 저층에 단색인 이유죠. 주변의 낮은 주택가나 점포와 어우러지는 게 최우선이었다고 해요. 쇼핑몰 하면 으레 다는 대형 간판도 없습니다. 

“건물을 하나의 캔버스로 보고, 들어올 테넌트tenant*가 색을 칠하도록 했어요. 건축물의 디자인적 특성이 강하면, 계속해서 공간을 ‘리로드’ 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단순한 디자인으로 주변 경관에 어우러지게 했죠.”
*건물의 전체 또는 일부를 임대 계약하여 오피스나 상가 등을 이용하고 그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기업 또는 임차인.

리로드에 입점한 산조 도쿄SANZOU TOKYO. 갤러리와 카레집을 겸한 공간으로, 서서 먹는 카레를 파는 곳이다.

대기업 체인 대신, 지역의 색을 칠하다 

캔버스를 세운다는 의지는, 리로드라는 이름과도 연결됐습니다. 컴퓨터의 데이터를 재배치reloading하듯, 늘 변화를 주겠다는 의미였죠. 즉, 다양한 기업·브랜드, 크리에이터가 건물 안에서 팝업이나 이벤트, 전시를 한다는 겁니다. 계절마다 다른 기획을 펼치기도 하죠. 

입점한 24개 테넌트 중 프랜차이즈는 하나도 없어요. 3분의 1은 시모키타의 기존 상인들이 들어왔죠. 

“핵심은 지역과 연결될 수 있는 테넌트를 모집하는 것이었어요. ‘어떤 브랜드’냐 보다, ‘누가 이 공간을 운영하면 좋을까’라는 질문으로 접근했습니다. 사람이 중심이었어요.”

리로드는 공간 곳곳을 활용해 팝업이나 전시를 열며 건물을 캔버스처럼 활용하고 있다. 


Chapter 3.
소프트웨어 : ‘존재 자체가 콘텐츠’인 곳을 품어라 

세키구치 CEO는 리로드에 옛 상점가의 분위기를 살리고 싶었습니다. 24개 테넌트를 콘텐츠로 생각하고 접근했어요. 임대차 계약도 직접 했습니다. 땅 소유자인 오다큐 전철로부터 건물 전체를 빌린 다음, 공간을 쪼갰어요. 

“효율을 따지면 구획을 크게 나누는 게 좋습니다. 대중적인 브랜드는 쉽게 들어오겠죠. 반면 개인은 예산이 부족해 입점이 어려울 겁니다. 작지만 개성이 있는 테넌트를 오게 하고 싶었어요. 사라지는 옛 상점가를 살리고 싶었거든요.”

먼저 발견한 가게는 스태블러Stabler Shimokitazawa meatsand 2nd입니다. 시모키타의 상징과도 같은 빈티지 의류로 내부를 채웠어요. 그런데 메인 메뉴는 옷이 아닌, 고기 샌드위치입니다. 스테이크를 세 겹이나 쌓아 두께감을 자랑하죠. 

서서 먹는 선술집도 있어요. 이름이 재밌습니다. 한국어로 직역하면 ‘일어서면 천국입니다立てば天国.’ 작은 접시에 한입 요리와 각종 지역 술을 맛 볼 수 있답니다. 바리스타가 일대일로 붙어 원두를 추천하고, 고객이 로스팅과 추출까지 체험 가능한 카페, 오가와 커피 실험실Ogawa Coffee Laboratory도 있습니다. 

정통 빈티지 숍도 보입니다. 포레스티에FORESTIÈRE라는 가게는 오래된 명품만 파는 곳입니다. 리로드에만 있는 곳이죠. ‘올드 에르메스’, ‘올드 구찌’ 같은 빈티지 제품을 시즌에 따라 큐레이션 합니다. 꽃 가게, 이발소나 요가 스튜디오는 주민들도 즐겨 찾아요.  

리로드를 주로 찾는 건 2030 여성들입니다. 쇼핑도 하고, 색다른 음식을 먹곤 하죠. 외국인 역시 적잖아요. 마침 2022년 10월 영국 매거진 타임아웃Timeout이, 그해 세계에서 가장 멋진 지역 10곳 중 7번째로 시모키타를 소개했거든요. 

빈티지 옷으로 내부를 인테리어 한 스태블러의 샌드위치. 스태블러는 빈티지 천국인 시모키타의 맥락과 미국식 F&B의 특징을 엮은 공간이다.

거리에 감칠맛을 더하는 법 

리로드에서 도보로 1분 거리에는 그리닝이 직접 운영하는 공간도 있습니다. 머스터드 호텔MUSTARD HOTEL

일반적인 호텔은 아닙니다. 방 안에 TV 대신 턴테이블이 있어요. 체크인할 때 LP 판을 세 장씩 빌려줍니다. 방 안에 들어서면 하얀 침대와 샤워실, 화장실만 있어요. 깔끔하다 못해 불편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합니다. 여기에도 의도가 있더군요. 

“콘셉트는 거리의 감칠맛을 더하자는 겁니다. 머스터드라는 이름처럼요. 도쿄를 찾은 외국인에게 신선한 체류 경험을 주고 싶었어요. 방 안에서 음악을 듣게 하고, 인근에서 사진전을 열거나 요리 팝업을 열죠. 거리의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겁니다.”

머스터드 호텔 1층 입구. 카페와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설치돼 숙박객이나 방문객이 쉴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Chapter 4.
휴먼웨어 : 가게의 핵심, ‘얼굴을 마주하는 것’ 

세키구치 CEO가 리로드에서 추구한 가장 이상적인 장면은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하는 것’입니다. ‘커뮤니티형 상업시설’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상점가는 지역 소통의 장Community Place이어야 합니다. 옛 상점가를 떠올려 보세요. 건물 2층에 사는 학생이 1층 야채가게로 감자를 사러 오면, 주인 아저씨가 덤으로 두어 개 얹어주곤 했죠. 이렇게 가게 주인과 주민, 심지어 방문객도 서로 간격을 좁히길 바랐어요.”

그래서 그리닝은 테넌트 오너 모임을 만들었어요. 리로드 상인 조합이에요. 이벤트를 공유하며 돕기도 합니다. 고기 샌드위치 가게에서 남는 괜찮은 고기를, 카레집에 나눠주기도 하죠. 또, 리로드 상점에는 비대면 주문이 없습니다. 모든 가게가 손님 얼굴을 보며 주문을 받아요. 

세키구치 CEO는 주인이 직접 운영하는 작은 가게가, 고객에게 남다른 경험을 준다고 강조해요. 번화가 어디에나 있는 대기업 체인과 엄연히 다르다는 겁니다. 

“요즘 사람들이 상점에 바라는 건 접점입니다. 더 이상 물건이나 서비스 구매만을 기대하지 않아요. 옛 상점가에는 바로 그 접점이 있었어요. 저는 이걸 되돌리려 한 것뿐이죠. 누군가는 리로드를 차세대 상업공간이라고도 하지만, 저는 리로드가 원점 회귀형 시설이라고 생각합니다.”

리로드에 입점한 오가와 커피 실험실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의 모습. 이들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게 아니라 고객과 일대일로 밀착해 취향을 파악한 뒤 그에 맞는 커피를 내리는 걸 체험할 수 있게 한다.

Chapter 5.
기획감은, 호기심과 체험의 무한 반복에서 나온다

리로드와 같은 공간을 기획하기까지, 세키구치 CEO는 체험과 모험을 무한 반복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떠올리는 경험들이 꽤나 디테일합니다. 특별히 영감을 얻었던 기억을 묻자, 15년 전에 방문했던 한 공간을 떠올리더군요. 

그는 미국 산타모니카의 브렌트우드 컨트리 마트Brentwood Country Mart를 소개했습니다. 1948년에 만들어진 빨간색 단층 상업시설입니다. 하이엔드 패션 브랜드 제임스 펄스James Perse와 기네스 펠트로의 굽Goop, 구두 수선집이나 장난감 가게 같은 독립 상점이 어우러져 있어요. 유기농만 취급하는 그로서리 마켓Grocery Market도 있죠. 이런 다채로움 때문에 할리우드 스타들이 종종 방문해, 파파라치 단골 장소로도 꼽혀요. 

“15년 전 마트를 방문했을 때, 이곳은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의할 수 없는 곳이었어요. 로컬숍과 공공시설, 하이엔드 브랜드까지 조화를 이룬 모양이었습니다. 원래라면 위화감을 느꼈겠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을 수 있다는 걸 깨달았죠.”

미국 브렌트우드 컨트리 마트. 세키구치 CEO는 15년 전 방문한 이곳에서 상업시설에서 다양한 가게와 브랜드가 조화를 이루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brentwood country mart 홈페이지

지구상에 똑같은 동네는 없다 

리로드를 오픈한지 2년, 세키구치 CEO는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시즈오카현 누마즈시에 있는 식당과 숙박공간을 리뉴얼 하고 있어요. 2023년 6월에 누마즈 클럽Numazu Club이란 이름으로 열 예정입니다. 식당과 숙박 시설의 변화를 그는, 어떤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을까요. 

“어떤 지역이나 동네든,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곳입니다. 그러니 역사적, 문화적 맥락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작업이 우선입니다. 그런 다음, 남겨야 할 모습과 바람직하게 변해야 할 모습을 정리하죠.

이렇게 해야 콘셉트가 명확히 잡힙니다. 콘셉트가 잡혀야, 맥락 있게 소프트웨어를 채울 수 있죠. 이게 지금까지 제가 일한 방식입니다. 이것만큼은 어느 프로젝트든 다르지 않죠.”

동시에 그는 자신의 역할을 ‘공간 프로듀서’로만 정의하지 않길 원했습니다. 공간 기획자라고만 하면, 건축만 다룬다는 인상을 줄 거라더군요. 운영까지 들여다보는 건 엄연히 다르다고 강조했어요.

“그리닝은 공간 프로듀서라기보다, 지역을 활성화하는 곳입니다. 지역의 배경을 이해하고 계승하면서 지금도, 앞으로도 유일한 곳을 만들어 나가고 있으니까요.”

머스터드 호텔과 시모키타 선로 거리. 세키구치 CEO는 “어떤 동네든 지구상에 하나밖에 없는 동네라는 걸 생각하고 공간을 기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hapter 6.
마치며 : 도쿄 여행의 새 키워드를 주는 공간 

여러분께 도쿄라는 도시는 어떤 이미지인가요? 시부야나, 신주쿠, 긴자 같은 도심을 떠올리지 않으셨나요? 물론 도쿄의 도심은 어반Urban 라이프스타일을 엿보는 참고서 같은 역할을 해왔습니다. 수직의 빌딩형 상업시설들이 그랬죠. 

리로드는 정반대입니다. ‘저층’이자 ‘수평형 상업시설’입니다. 도심과는 다른, 휴먼 스케일Human Scale*의 매력을 체험할 기회를 주죠. 계절감을 느낄 야외 공간까지 더해져, 골목을 거니는 듯한 즐거움을 줍니다. 실내 상업공간에서 구매에만 집중한 것과 더욱 대비되죠.
*인간의 체격을 기준으로 한 척도.

차세대 상업공간에서는 ‘라운징lounging’ 기능이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 더 주목받을 겁니다. 책을 보거나, 커피를 마시거나, 대화를 나누는 제3의 공간이 필요할 거라는 말이죠. 열린 공간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할 수 있는,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경험이 중요해질 겁니다. 

이처럼 제가 떠올린 맥락과 내용, 연결의 공간 개념을 세키구치 CEO는 리로드에서 실제로 구현했더군요. 그 과정을 듣는 게 신기했습니다. 특히 ‘거리의 냄새와 색’부터 살핀다는 말에서 지역과 어우러진 공간을 만드는 법의 힌트를 제대로 얻었죠. 

혹시 도심의 복잡한 공간이 아닌 마을의 맥락이 담긴 여행을 하고 싶다면, 시모키타의 리로드를 다녀와 보면 어떨까요. 이런 공간 경험이 하나둘 쌓이다 보면, 나도 모르게 더 풍요로운 삶을 사는 자신을 발견할 겁니다. 저부터 그런 경험을 했으니까요.  

리로드 밖에서 상점 내부를 촬영한 모습. 이곳은 복잡한 수직형 도심의 경험과 다른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는 곳이라는 게 이원제 교수의 설명이다.


롱블랙 프렌즈 K 

글을 읽고 도쿄 비행기 티켓을 보는 제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기회가 닿는다면, 리로드의 골목길에서 어슬렁거리며 카레를 먹고 싶네요. 

오늘의 노트, 요약해 볼게요. 

1. 리로드는 도쿄의 빈티지 천국, 시모키타 선로 거리에 세워진 복합 상업공간입니다. 고층 박스형 구조가 아닌 저층 수평형 2층 건물로, 지역의 맥락을 담은 곳이죠.
2. 리로드의 기획자는 세키구치 마사토 그리닝 CEO입니다. 다이칸야마 로그로드도 만든 일본의 도시재생 전문가죠.
3. 세키구치 CEO는 공간을 기획할 때 먼저 거리의 냄새와 색을 살핀다고 합니다. 지역의 맥락을 공간에 담는 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죠.
4. 거리를 이해한 다음은 입체화입니다. 세키구치 CEO는 옛 상점가가 많았던 시모키타의 특징을 리로드에 담았어요. 공간을 24개로 작게 나눠, 지역 가게·브랜드가 들어오게 했죠.
5. 공간의 완성은 운영입니다. 세키구치 CEO는 리로드의 콘셉트를 ‘얼굴을 마주하는 가게’로 잡았어요. 서로 환대하고 챙겨주던 옛 거리 분위기를 되살린 겁니다.
6. 그 결과, 리로드와 시모키타는 젊은 세대가 찾는 공간이 됐어요. 영국 주간지가 여행하기 좋은 곳으로 선정하고,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가 수백 만에 이르는 지역이 됐죠. 

저는 이 교수님이 알려준 공간을 보는 관점이 마음에 남습니다. 앞으로도 지역의 맥락을 담은 콘텐츠로 사람들을 연결하는 공간을 발견한다면, 오늘의 이야기가 생각날 것 같습니다. 여러분에게도 계속해서 그런 발견의 기쁨이 일어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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