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롱블랙 프렌즈 L
무형자산. 나 요즘 이 키워드에 꽂혔어. 지난번 젠틀몬스터 재무제표 분석 기억나지? 무형자산의 힘으로 1조원 매출을 내다본다잖아.
강대준 회계사가 “중국에 무형자산의 끝판왕이 있다”고 귀띔하더라. 주류 회사야. 그런데 시가총액이 삼성전자 수준이래. 뭐라고?
귀주모태주貴州茅台酒・Kweichow Moutai*. 마오타이주로 유명한 백주白酒** 회사야. 진짜네. 2025년 6월 5일 기준 귀주모태주 시가총액은 약 1조9000억 위안(약 360조원). 삼성전자보통주의 같은 시각 시가총액은 약 350조원이야. 귀주모태주가 10조 가량 높은 거야.
*법인명은 귀주 마오타이로도 기재되곤 한다. 이 노트에선 혼동을 피하기 위해 기업명은 귀주모태주, 제품은 마오타이주로 쓴다.
**중국 전통의 증류주로 알코올 도수가 보통 40~60도에 이른다. 주로 고량(수수)을 원료로 한다.
술 회사 시총이 이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 자연스럽냐고? 당연히 아니야. 세계 주류 시장에서 단연 1위야. 음료 시장 전체를 놓고 봐도 마찬가지. 1위는 워렌 버핏이 투자한 코카콜라*고, 그다음이 귀주모태주. 장난 아니지?
*6월 5일 종가 기준 시총 3070억9000만 달러(약 417조원).
미친 시총의 배경, 너무 궁금하지? 강대준 회계사와 함께 귀주모태주 재무제표를 파헤쳐봤어!

강대준 회계사, 인사이트파트너스 대표
귀주모태주는 ‘중국의 국주國酒’로 불리는 마오타이주를 팝니다. 국유기업이에요. 귀주성贵州省 정부가 60%가량의 지분을 쥐고 있죠.
마오타이주는 귀주성 마오타이진茅台镇*에서 만듭니다. 중국 전통 방식으로 만드는 백주 중 1등으로 꼽히죠. 중국은 접대 문화가 중요하잖아요. 귀한 손님이 올 때 마오타이주를 내놓으면 최고의 접대로 간주됩니다.
*진镇은 우리로 치면 읍 단위의 행정구역이다.
대표 제품은 53도짜리 비천 마오타이飞天茅台. 500㎖ 한 병 가격이 50만원은 족히 넘어요. 귀주모태주 매출의 약 86%가 이 제품에서 나오죠. 검색해 보니 50만원 아래로도 파는 것 같다고요? 실제로 그 가격에 살 수 있는지 한번 도전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단 가품을 조심하시고요.
흥미로운 건 그다음이에요. 중국 사람들은 이 술로 ‘재테크’도 한다는 겁니다. 마치 금이나 주식을 사들이듯 마오타이주를 집에 모읍니다. 마시는 술이 아니라 하나의 화폐처럼 느껴질 정도죠. 2022년 5월, 30년산 한정판 마오타이주는 경매에서 우리 돈 75억원에 낙찰되기도 했어요.
귀주모태주엔 어떤 비밀이 숨어 있는 걸까요. 지금부터 장부를 열어보겠습니다.
Chapter 1.
신앙심을 만들어낸, 시총 1위 귀주모태주
귀주모태주는 1951년 설립됐습니다. 본사는 중국 귀주성 준의시 마오타이진에 있어요.
마오타이진. 2000년 가까이 술빚는 고장으로 유명했습니다. 한나라 때부터 술을 빚어왔고, 청나라 황제에게 술을 진상했다고 해요.
양조업이 발달한 건 지리적 특성 덕입니다. 마오타이진은 양쯔강 지류를 끼고 있어요. 해발 400m의 분지죠. 일교차가 크고 습도가 높습니다. 미생물을 키우기 좋은 환경이에요. ‘백주가 숨쉬기 가장 좋은 자연’이란 찬사를 받습니다.
귀주모태주란 회사를 키운 건 중국 정부입니다. 1951년 마오타이진 일대 세 개의 민간 양조장을 국유화해 통합했어요. 국유기업 ‘귀주모태주양조장’은 1999년 지금의 귀주모태주로 법인 전환을 했어요. 2001년 상하이 증권거래소에 상장했죠.
처음부터 주가가 날아다닌 건 아니었습니다. ‘마오타이 신앙*’이 시작된 건 2015년. 그해 초만 해도 180위안(3만4000원) 안팎이던 주가는 2018년엔 800위안(15만1000원)을 찍었어요. 시가총액 ‘1조 클럽’에 진입했죠.
*중국 투자자들의 귀주모태주 주식에 대한 믿음을 이렇게 부른다.
랠리는 5년 가까이 이어졌습니다. 귀주모태주는 2020년 6월 시총 1조8000억 위안(340조원)을 기록하며 상하이증권거래소 시총 1위 기업이 됩니다. 중국공상은행까지 제친 거예요. 동시에 글로벌 음료 시장에선 코카콜라까지 앞질렀어요.
지금도 귀주모태주의 주가는 건재합니다. 비록 코카콜라엔 1위 자리를 내주었지만, 여전히 주류 시장에선 넘볼 자가 없습니다. 2025년 6월 기준 시총(1조9000억 위안, 360조원)은 2위 AB인베브AB InBev(1412억 달러, 약 192조원)*의 2배에 가깝습니다.
*오비맥주의 글로벌 본사. 스텔라 아르투아, 버드와이저, 호가든 등을 취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