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른 : 습관성 아메리카노 대신, ‘90분 커피 페어링 코스’ 제안하는 이유


롱블랙 프렌즈 K 

여러분에게 커피는 어떤 의미인가요? 제겐 ‘출근 전용 음료’예요. 아침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을 사 들고 사무실에 들어가거든요. 습관성 커피 중독자랄까요.

이런 제가 ‘정말 낯설다’고 느낀 카페가 있었어요. 서울 연남동의 펠른Perlen. 세로로 길게 뻗은 바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1시간 30분 동안 커피와 디저트 코스를 즐기는 곳이에요. 적게는 인당 4만2000원을 내고서요.

심지어 여기, 주말이면 예약이 가득 찬다고 해요. 좌석은 단 열 자리지만, 매일 30~50명 넘는 손님이 다녀가죠. 커피 한 잔 가격의 10배가 넘는 코스에, 왜 사람들이 반응하는 걸까요? 위스키 바도, 파인다이닝 레스토랑도 아닌데 말이에요.



박주원 슈퍼메이드 대표

“카페를 제3의 미술관으로 만들 순 없을까?”

펠른은 한 미술관 큐레이터의 질문에서 시작됐어요. 주인공은 박주원 슈퍼메이드 대표. 영국 스코틀랜드 국립박물관부터 국립현대미술관, 광주비엔날레, 프리즈 서울의 전시 프로젝트를 기획해 온 베테랑이죠.

5000평 넓이의 전시를 기획하던 큐레이터가, 왜 15평 남짓한 카페를 미술관으로 만든단 걸까요? 커피도 “전시 즐기듯 음미할 수 있다”는 그의 이야기를, 연남의 펠른 하우스를 찾아 직접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Chapter 1.
이 카페의 시간은 느리게 흐른다

펠른은 스스로를 ‘커피 브루잉 바’라고 소개해요. 위스키 바를 닮은 공간에서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며 손님과 이야기 나누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