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문보영 : 농담과 헛소리를 시에 담아, 텍스트힙의 중심에 서다


롱블랙 프렌즈 B 

‘시가 텍스트힙text hip을 이끈다’, ‘10~30대가 시에 빠져 있다*’. 요새 출판계에서 들리는 말입니다. 누군가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합니다. “숏폼에 익숙한 젊은이들이 시의 간결함에 끌린 것”이라고.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4년 8월 말 기준 10~30대 시집 판매량은 작년 같은 기간 대비 18.2% 늘었다.  

정말 시가 ‘짧아서’ 좋아하는 걸까요? 사람들이 찾는 시집을 읽어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아 보였어요. 그러다 제 눈에 들어온 시인이 있습니다. 

문보영. 1992년생입니다. 25살이 되던 2016년에 등단해 1년 만에 시집 『책기둥』으로 김수영문학상을 받았어요*. 2019년엔 시집 『배틀그라운드』, 2023년엔 『모래비가 내리는 모래 서점』을 출간했죠.
*시인 김수영의 문학 정신을 기리기 위해 1981년 제정한 문학상. 문보영 시인이 등단 후 문학상을 받기까지 걸린 기간은 국내 문학계에서 역대 최단기간에 속한다.

사람들은 그를 ‘장난꾸러기 시인’이라 불러요. 말장난 같은 시를 쓰기도, 형식을 파괴하기도 하거든요. 다 쓴 시 위에 취소선을 긋거나, 낙서 같은 그림, 사진도 넣어요. 심지어 시집 말미, 역자 후기를 본인이 써버리기도 하죠. 이런 식으로요.

자유로운 시가 낯설면서도 반가웠습니다. 시를 읽고도 뜻을 모르겠을 때, ‘시인이 숨겨둔 심오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건가’ 싶어 괜히 주눅들던 마음이 펴졌죠. 

이런 시를 쓰는 그가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시인은 3개월째 미국 미시간대의 문예창작과 학생으로 지내고 있어요. 화상으로 그를 만났습니다.